Page 174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P. 174

174


               무엇 때문에 보지 못하는 것일까?선승들이 도리를 설할 때,
            시방에 벽이 없고 사면에 문도 없는데 무엇이 막고 있는가.설령

            그대들의 눈망울이 방울처럼 또렷해도 반드시 깨달아야만 하는
            것이다.또한 편벽된 견해를 가진 선승들이 몇 마디 던졌다 하면
            엇비슷하지도 못하면서도 도리어 내가 모든 것을 깨치고 체험하

            였다고 말하고 있다.”
               내가 얼마 전 불지(佛智)노스님을 만났더니 그 분도 “묘희스님
            의 자유자재한 말씀은 요즘 시대의 병폐를 잘 꼬집어 준 말이다.

            요즘에 사람을 속이고 명예를 도적질하여,깨닫지 못하고서도 깨
            달은 것처럼 서로가 서로를 속이고 서로가 인가를 주고받으니 동
            산(東山)스님과 견주어 본다면 불법의 죄인이 아닐 자가 거의 드

            물 것이다”라고 하였다.이는 학인으로서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말이다.





               5.동산 도원(東山道源)선사의 행리


               동산 원(東山道源)선사가 말하였다.

               “지난날 산을 나와 처음 경산사를 올라갔을 때 고선(枯禪)스님
            은 수좌로서 입승(立僧)이었고,파암(破庵)스님은 서당(西堂)에 방

            부를 들였고,당대의 고승들이 모두 모였으니,석전(石田),무준(無
            準)스님도 모두 대중방에 있었다.파암스님은 평소 선실에서 ‘경행
            을 하거나 앉거나 눕거나 항시 그 중에 있어야 한다.무엇이 <그

            중 일>인가?’라는 화두 거량하기를 유난히 좋아하였다.내가 한번
   169   170   171   172   173   174   175   176   177   178   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