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5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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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애만록 下 175


            은 스님을 찾아가 가르침을 청한 적도 있었으나 아무런 말씀도
            하지 않다가 떠나려는 차에 게송 한 수를 지어 주며 작별하였다.



                 뼈를 바꾸고 힘줄을 뽑는 이 한마디에
                 머리를 끄덕인다[點頭自許]는 말이 빠졌을 뿐
                 만일 잘못된 점을 스스로 알 수 있다면
                 온 세상 집어삼킴을 보리라.
                 換骨抽筋一句 只欠點頭自許

                 若能自解知非 便見平呑海宇


               이 송은 사람들의 고루한 병폐와 집착을 뽑아 준 말이라 하겠

            다.그 뒤 평강(平江)영암사(靈巖寺)를 지나는 길에 치둔스님을 뵈
            었을 때는 무 업해(茂業海)스님이 전당(前堂)의 입승으로 계셨고,
            지금 대자사(大慈寺)소옹(笑翁)스님과 육왕사(育王寺)대몽(大夢)스

            님이 모두 그곳에 있어 총림의 법석(法席)이 매우 훌륭하였다.치
            둔스님은 항시,“순 불등(守詢佛燈)스님은 49일 동안 밤마다 법당
            앞 기둥을 안고 용맹정진을 하다가 마침내 깨쳤다”고 하였다.

               그 후에 장산(蔣山)으로 절옹(浙翁,淛翁)스님을 찾아뵈었다.그
            때 선실에서는 ‘마음이 부처[卽心是佛]’라는 화두를 거량하고 있었
            는데 스님이 한마디 던졌다.

               ‘다리 기둥을 안고 목욕을 했습니다.’
               절옹스님이 말하였다.

               ‘뭐 상쾌할 거라도 있던가?’
               ‘ 스님께서는 놔 버리십시오.사람들에게 쫓겨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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