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2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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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법호(佛鑑禪師)와 금란가사를 하사하였는데,그 당시의 설법도
            이러한 내용이었다.그가 어찌 엉뚱한 수법을 썼겠는가.





               3.성리학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암 옥(伊巖玉)선사


               이암 옥(伊巖玉)선사는 엄주(嚴州)사람이다.초년에는 이름난

            유생으로 공부를 독실히 하였는데 중년에 과거공부에 싫증을 느
            낀 나머지 성리학(性理學)을 전공하던 중 갑자기,‘이것으로는 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리하여 유학자의 옷

            을 찢어 버리고 수염과 머리를 깎고 출세간법을 배우러 경산(徑
            山)으로 올라가 불심(佛心)스님을 찾아뵙고 가르침을 받았다.그러
            나 오랫동안 아무런 깨침이 없자 다시 설두사(雪竇寺)의 치둔(癡

            鈍)스님을 찾아가 거기서 3년 동안 머물렀는데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이 곧 부처’라는 화두를 깨치고,글귀를 지었다.

               “털 없는 고니새는 하늘 높이 나는데 수많은 산들이 우뚝하구
            나.”
               스님이 한번은 유원성(劉元城)의 어록을 보다가,“이른바 선(禪)

            이라는 글자는 6경(六經)에도 이러한 이치가 있지만 선이라 말하
            지 않았을 뿐이다.‘달마 서래의(西來意)’에 대한 화두가 세상에

            크게 유행되었으나 이 일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기에 공자
            께서도 대답하지 않았던 그런 예이다.달마스님이 서쪽에서 온 뜻
            도 물을 필요도,답할 필요도 없는 것이나 향상(向上)의 노스님은

            사람을 애먹이려고 대답 없음으로 대답한 것이다.이른바 ‘뜰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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