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7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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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애만록 下 227
의 주지로 스님을 맞이하였다.보우(寶祐:1253~1258)연간에 월
산사(越山寺)로 자리를 옮겼는데 얼마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으므
로 그의 명성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47.은자 조창(祖昌)암주
조창(祖昌)암주는 어디 사람인지 알 수 없다.천목산에 은거하
여 암자를 옛 무덤에서 공양미를 가져왔다.약 20여 리쯤 떨어진
쌍경사 영(榮)수좌가 산중을 유람하던 중 우연히 그의 암자에 이
르니 가시덩굴이 빽빽하고 담장과 벽은 허물어져 있었다.조창암
주는 길 어귀에 반듯이 누워 있다가 지팡이를 짚고 일어났는데
눈처럼 새하얀 눈썹과 수염,헤진 승복이며 낡은 짚신이 마치 그
림 속의 인물 같았다.그는 기쁘게 인사하고 영수좌를 맞아들여
함께 앉았다.영수좌가 좌우를 돌아보니 그릇에는 곡식 한 톨 없
는데 부엌에는 남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너무도 신기하여
그에게 물었다.
“산중에 사신 지 몇 해나 되셨으며 이름은 무엇입니까?”
그가 몇 해인지 모르겠다고 하자 더욱 이상한 생각이 들어 물
었다.
“양식은 누가 시주합니까?”
“ 진씨에게서 시주받았으나 지금은 없소.”
“ 왜 행각을 하지 않으십니까?”
“ 달마스님은 동쪽으로 오지 않고 혜가스님은 서쪽으로 가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