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3 - 선림고경총서 - 28 - 고애만록
P. 223
고애만록 下 223
산꼭대기 다 부서진 움막을 불사르고
행각할 생각도 않고 법을 묻지도 않다가
스승에게 귀의한 후 별다른 탐착이 없으나
밥짓고 밭가는 일은 알아야 하리.
燒却山頭破草庵 不圖遊歷不咨參
依師別也無貪着 忄尃 *飯裁田也要諳
19)
그 당시 교충스님은 풍정(風亭)통구사(通衢寺)에서 접대암(接待
庵)을 열었다.왕공대는 대중스님 밑에서 몸을 숨기고 막일을 하
였는데 시주가 이 소식을 듣고 교충스님에게 그를 스님으로 만들
자고 권유하고 이름을 유옥(惟玉)이라 고쳐 주었다.교충스님도 게
송을 지어 준 적이 있다.
늙은 내가 산에서 살아온 지 그 얼마런가
그저 되는대로 옷 입고 밥 먹었네
그대에게 기특하다 말하려 하니
동쪽 이웃 어린애가 까르륵 웃겠네.
老我居山已許時 着衣喫飯只隨宜
子來將謂有奇特 笑倒東家小廝兒
그 후에 그는 깨친 바 있었지만 불행하게도 오래 살지 못하고
입적하였다.그의 인생은 도인 조린양(祖麟楊)과 비슷하였다.아!
애석한 일이다.
*‘尃’은 ‘搏’인 듯하다.
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