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6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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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저물어 갈 무렵 스님이 도착하자 장스님은 웃으면서 이
스님이 바로 어젯밤 꿈에 본 그 사람이라고 하였다.
서로 문답하며 여러 가지로 시험해 보았으나 스님의 기어(機語)
가 민첩하고 막힘 없이 투철하자 장스님은 기쁜 마음으로 그에게
서기실(書記室)의 일을 맡아보도록 명하였다.그의 지혜와 깨달음
은 더욱 깊어졌으며 마침내 장스님은 그에게 법의와 게송을 내려
주었다.게송은 이러하다.
천지는 같은 뿌리로 다름이 없는데
어느 집 어느 산에선들 그를 만나지 못하리오
내 이제 부처님의 도장을 그대에게 전하노니
만법의 빛은 모두 하나이어라.
天地同根無異殊 家山何處不逢渠
吾今付與空王印 萬法光輝總一如
주지가 되어 세상에 나와 장스님의 법제자가 되었으며 여러 유
명한 절에 주지를 지내면서 두 차례나 경수사(慶壽寺)의 주지가
되었다.태조에서 세조까지(1300년 말~1400년 초)여러 황제의 국
사로 추앙되어 지위가 승통(僧統)에 이르렀으며 황제의 예우 또한
극진하였다.
나이 56세에 생각지 않게 풍증에 걸렸는데 하루는 게송으로 대
중을 결별하고 시자승을 돌아보며 말하였다.
“너희들은 시끄럽게 떠들지들 마라!내 편히 누워 쉬리라.”
시자승이 주사(主事)에게 이 소식을 급히 전하고 그곳에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