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5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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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下 115


            (石頭)화상의 ‘초암가(草菴歌)’를 읽어보도록 하였다.그가 초암가
            를 읽다가 “허물어지거나 허물어지지 않거나 주인은 원래대로 존

            재한다”라는 구절에서 안스님에게 물었다.
               “주인은 어디에 있습니까?”
               “ 무슨 주인 말이냐?”

               “ 허물어지거나 허물어지지 않음을 떠난 것 말입니다.”
               “ 그것은 바로 객이지 주인이 아니다.”
               “ 주인”하다가 갑자기 소리를 지르자 안스님은 차가운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그 길로 중관사(中觀寺)의 소(沼)스님을 찾아가 그
            를 삭발은사로 삼고 구족계를 받았다.그 후 어느 날 저녁,허공
            에서 스님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인간(印簡)아!대사를 이루거든 이곳에서 지체 말고 떠나거라.”
               그리하여 지팡이를 끼고 연경으로 가는 도중에 송포(松鋪)를

            지나다가 비를 만나 바위 밑에서 묵게 되었다.동행하던 사람이
            부싯돌을 치자 불똥이 튀는 모습을 보고서 크게 깨치고 얼굴을
            문지르며 말하였다.

               “오늘에야 비로소 눈썹은 가로 붙어 있고 코는 세워 있음을 알
            았노라.”

               이에 경수사(慶壽寺)의 중화 장(中和璋)스님을 찾아갔다.그가
            이르기 전날 밤에,장스님은 한 승려가 지팡이를 짚고 곧장 방장
            실로 달려와 사자좌(獅子座)에 걸터앉는 꿈을 꾸고서 이튿날 그

            이야기를 좌우 사람에게 들려주면서 말하였다.
               “오늘 조금만 기다리면 그 사람이 도착할 터이니,곧장 나에게
            인도하도록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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