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19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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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下 119


               4.고승전을 편집하는 태도/몽당 담악(夢堂曇噩)스님



               몽당 담악(夢堂曇噩)스님이 진(晋)․당(唐)․송(宋)삼대의  고
            승전 을 다시 편수하면서 종전의 십과(十科)를 육학(六學)으로 바
            꾸었다.


               그 중  선학(禪學)의 이조 혜가조사(二祖 慧可祖師)가 팔을 끊
            고 법을 구했다는 고사가 기재되어 있는 선종의 서적은 한둘이

            아니다.그러나 유독 도선(道宣)율사만은 이렇게 말했다.
               “혜가스님이 도적을 만나 팔을 잘린 것인데 함께 살았던 임(琳)
            법사마저도 오히려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임법사 또한 도적에

            게 팔을 잘리자 혜가대사는 그를 감싸안고 치료했는데 그의 몸
            움직임이 불편한 것을 보고서 임법사가 이상하게 여기자 이 일로
            혜가조사는 ‘네가 어떻게 나에게도 팔이 없다는 사실을 알았느냐’

            고 하였다.”
               몽당스님이 이 말을  고승전 에 인용하려고 하자,그 당시 나
            는 그에게 말하였다.

               “혜가대사는 불법을 깨닫지 못했기 때문에 깊은 눈 속에서 시
            체처럼 꼿꼿이 서 있었다.그는 목숨도 아끼지 않았는데 더구나

            한쪽 팔이겠는가?참으로 팔을 자르는 일이란 사람으로 하기 어려
            운 일이지만 요즘 세상에서도 거친 성깔을 지닌 졸장부들도 이따
            금씩 자기의 팔을 자르는 경우가 있다.그러나 대사께서는 법을

            위하여 일신을 잊고 마음가짐이 간절했는데 이것쯤이야 하지 못
            할 턱이 있었겠는가.설령 모든 사실이 율사의 말대로라고 한다면

            어떻게 도적이 사람을 살상하는 데 팔뚝 하나만을 자르는 데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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