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7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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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암잡록 下 187
범왕결의경(梵王決疑經)을 발견하여 그 책을 펼쳐 보니 ‘염화
시중(拈花示衆)’이라는 말이 있었으나 숨겨야 할 사정이 있어 이
를 장경 속에 넣지 않았다는데,이제 선생(육방옹)이 이를 패다
라엽(貝多羅葉)의 옆줄에 기록하였다고 한다.왕안석이 보았다는
책이 정말인지 거짓인지 알 수 없지만 그가 그렇게 말한 데에는
반드시 고증이 있었을 것이기에 아울러 끝에 기록하는 바이다.”
두 선생은 박식하고 이론에 밝으니 어찌 거짓말을 하겠는가?
얼마 전에 송한림(宋翰林:宋景廉)이 나를 위하여 응수록(應酬
錄) 의 서문을 썼는데,거기에 그가 “ 대범천왕문불결의경(大梵天
王問佛決疑經) 에 실려 있는 ‘염화시중’의 이야기를 읽어보니”운
운하는 부분이 있다.송한림이 몸소 보았다면 그것은 반드시 세상
에 남아 있어야 할 경전인데도 어느 사람은 이를 거짓이라고 비
난하니,앞서 말했듯이 “숨겨야 할 사정이 있어 이를 장경에 넣지
않았다”는 말이 이 모두를 말해 주고 있다.
57.상투화되는 조사(弔辭)
옛사람들이 죽은 승려를 위해 불사(佛事)를 하는 것은 그의 견
도(見道)가 밝지 못하여 죽는 순간에 막히거나 집착할까봐 두려워
실로 이를 일깨워 주고자 몇 자 썼을 뿐,그가 생시에 지냈던 벼
슬과 기연에 관한 이야기들을 구구히 쓰지는 않았다.
무준(無準)스님이 경산사 주지로 있을 때 관(觀)상좌의 다비식
에서 불을 붙이면서 말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