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6 - 선림고경총서 - 29 - 산암잡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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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물 중에 그의 눈에 차는 사람이 없었다.일찍이  부종현정론(扶
            宗顯正論) 을 저술하여 사정(邪正)을 분석하고 시비를 바로잡으니,

            매우 볼 만한 책이다.그러나 그 내용 가운데 큰스님들이 백추를
            들고 불자를 세운 일들을 단순한 이야깃거리로 취급하여 진(晋)대
            의 왕연(王衍)이 옥진미(玉塵尾)불자를 잡고 자기 손의 색깔과 같

            다고 말한 것을 예로 들어 이를 증명하려 하였다.큰스님들이 백
            추를 들고 불자를 세움은 깨달음을 일깨우는 일이니 어찌 작은
            일이겠는가?그런데도 천뢰화상은 이를 이야깃거리로 취급하였으

            니 자신의 바른 안목을 잃었을 뿐 아니라 후인을 그르치고 의심
            을 낳았다 하겠다.




               6.염라대왕 앞에서/연복사(演福寺)주지 택운몽(澤雲夢)



               원나라가 송나라를 멸망시킨 후 양련 진가(楊璉眞加)를 강회(江

            淮)지방의 석교도총통(釋敎都總統)에 임명하고 그에게 월주(越州)
            산음(山陰)지방에 있는 남송시대의 왕릉들을 발굴하도록 명하였
            다.이때 연복사(演福寺)주지로 있던 택운몽(澤雲夢)이 진가를 따

            라 송 이종(宋 理宗)황제의 시신에 가혹한 행위를 하였는데 여기
            에는 반드시 지난날의 원한이 있었을 것이다.운몽은 고의적으로

            진가에게 아첨하기 위해서 왼발로 이종의 시신 옆구리를 또 한
            차례 발길질하였다.그 후 얼마 되지 않아 양주(楊州)고을에 사는
            어느 한 사람이 갑자기 죽어 염라대왕 앞에 끌려갔는데,생각지도

            않게 이승의 천자가 오신다는 기별이 왔다.염라대왕이 명부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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