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55 - 선림고경총서 - 31 - 원오심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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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오심요 下 155


               생사의 갈림길에서는 대처하기가 실로 쉽지 않습니다.크게 통
            달하고 초월 증득한 사람만이 날카로운 근기를 용맹하게 떨쳐 한

            번에 끊어 버리니,그들에게는 어려움이 없습니다.그러나 이것이
            자기의 근력(根力)에서 나온다고는 하나 또 한편으로 방편을 빌려
            야 합니다.평상시 이런저런 경계 속에 있을 때,전변(轉變)하여

            행할 수 있고,철저히 쳐버려서 지해(知解)를 용납하지 말아야 하
            고 견해를 세우지 말아야 합니다.늠름하게 전체 모습 그대로 완
            성되어서 밟아 나갈 뿐입니다.이렇게 길러 나가다가 순수하게 익

            어져서 4대(四大)를 버릴 인연에 이르면 자연히 두려움이 없어집
            니다.맑고 텅 비어 환히 사무침만 있을 뿐,마음속에 어느 한 법
            도 걸리는 것이 없습니다.마치 절벽에서 아무런 미련 없이 손을

            놓아버리는 것과도 같습니다.
               일념이 만 년이며 만 년이 일념이어서,삶을 찾아도 끝내 찾을

            수 없는데,어찌 죽음이 있겠습니까.그러므로 옛 큰스님들이 앉
            아 죽고,서서 죽고,가다 죽고,거꾸로 서서 죽으면서 용맹 건장
            함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모두가 평소에 덜고 또 덜어서 맑고 깨

            끗하게 했기 때문입니다.
               향림(香林)은 40년 만에 한 덩어리를 이루었고,용천(湧泉)은 40

            년을 했어도 오히려 달아났습니다.석상(石霜)은 사람들에게 옛 사
            당의 향로처럼 푹 쉬라고 권하였습니다.또 영가(永嘉)는 말하기를
            “체달한즉 남[生]이 없고,근본을 요달한즉 무상함이 없습니다”라

            고 하였습니다.이 분들은 대개가 전전긍긍 오로지 이 생각만을
            했기에 무애자재함을 얻었던 것입니다.이 생(生)을 버리고 난 뒤
            에는 의생신(意生身)*을 얻어 자기가 가고자 마음먹은 대로 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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