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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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23
한 무더기[一叚]참 풍모를 보았느냐?
-회오리바람이 눈에 들지 않게 하라.특히 꺼낼 때가 더욱 어렵다.
끝없는[綿綿]조화옹[化母]이 베틀을 다루도다.
-들쭉날쭉 어슷비슷 올을 엮어 나간다.
옛 비단에 봄 풍경을 숨겨서 짜냈건만
-크게 재주스러운 이는 못난이같이 보인다.
어찌하랴?동군(東君:봄의 신)이 먼저 누설하였네.
-음양은 사사로이 따름이 없고 계절은 기다리는 법이 없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천동이 이르기를 “한 무더기 참 풍모를 보았느냐?”하니,세
존께서 자리에 오르신 것이 한 무더기 참 풍모인가,천동이 들
어 송한 것이 한 무더기 참 풍모인가,만송이 따지는 것[請
益:질문]이 한 무더기 참 풍모인가?그렇다면 도리어 세 무더
기가 되어 버렸으니 어느 것이 한 무더기의 참 풍모인가?바로
여러분 모두에게 각각 몫이 있으니 자세히 참구해 봄이 좋을
것이다.
또 이르기를 “끝없는 조화옹이 베틀을 다루도다”하였으니,
조화옹이란 공교하게 조화하여 만물을 만드는 이의 별호인데
유교와 도교에서는 일기(一氣)를 숭상하고 불가 계통에서는 일
심(一心)에 근본한다고 한다.규봉(圭峰)은 이르되 “원기(元氣)라
는 것 또한 마음을 말미암아 지어진 바요,모두가 아뢰야식(阿
賴耶識)의 상분(相分)에 속하는 것이다”했거니와 만송은 이르
노니,“이는 조동종의 정통[正宗]이며 불조의 명맥(命脈)이다.
고동[機紐]을 추도리[樞口]에 끼워 얹으니 움직일 적마다 그윽
하고 미묘하며 실올[綿絲]을 북 구멍[梭腹]에서 토해내니 사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