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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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 때마다 면밀(綿密)하거늘 어찌 사인론자(邪因論者)나 무인론
                자(無因論者)와 더불어 같은 날에 이야기할 수 있으랴?”하노
                라.
                  그 다음에는 세존께서 깊숙이 간직해 오신 덕망[蘊籍]을 송
                한 것인데 이르기를 “옛 비단에 봄 풍경을 숨겨서 짜냈건만”
                하였으니 비록 벌레가 나뭇잎을 먹으매 우연히 글자가 이루어

                진 격이 되고,마치 문을 닫고 수레를 깎았으나 문 열고 나가
                보니 수레자국에 맞는 격이 되었음에야 어찌하랴?
                  마지막에 문수가 몰아붙인[折倒]대목에 대하여 이르기를
                “어찌하랴?동군이 먼저 누설하였네”하였으니 문수가 백추하
                매 세존께서 얼른 자리에서 내려오신 일과 나아가서는 가섭이
                백추하니 문득 백천만 개의 문수가 나타난 일 등은 모두가 같
                은 상황[時節]인데 그럴 때 어찌하여 거두고 놓음이 같지 않은
                가?

                  그대는 어느 것이 동군이 누설한 곳이라 여기는가?조심스레
                [慇懃]정향 봉우리[丁香結]를 터뜨리니 가지 끝마다에 풍요로
                운 봄빛이 쏟아져 나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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