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7 - 선림고경총서 - 32 - 종용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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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上 27


                직 유위의 공덕만을 좋아하여 불리(佛理)는 보지 못할 것이다.
                네가 가더라도 오래 머무르지는 마라”하였는데 과연 양(梁)나
                라를 거쳐 위(魏)나라로 가기 9년 동안 잠적하였던 일이 있다.
                  근대에 자주(磁州)가 법[衣法]을 인산(人山)에게 전하려 하니
                인산이 말하되
                  “저는 그러한 사람이 못 됩니다”하자,자주가 말하되 “그런

                사람이 아니라면 아예 재앙이 너에게 미치지는 않겠구나”하였
                다.이에 인산은 자주의 법을 베푸는 정[法乳情]이 깊은 데 감
                동되어 절을 하고 받으니 자주가 다시 말하되 “그대가 이미 그
                렇게 하였으니,무엇보다도 경솔하게 출세(出世:세상에 두각
                을 나타냄)하지 마라.만일 조급하게 전진하거나 가볍게 나서
                면 중간에 반드시 수레가 막히는 화가 있으리라”하였다.이는
                반야다라가 세 가지로 당부하고 달마가 9년 면벽한 것과 서로
                같다 하겠다.

                  삽계(霅溪,益)가 송(頌)하되,“가을 서리 스쳐간 것을 애석히
                말고/그저 자미(滋味)가 늘어나기만을 도모하노라/비록 생화
                를 꺾어다 놓았더라도/끝내 제 향취는 아닐 것이다”하였으니
                가히 후학[來者]들을 경계하는 말씀이라 하겠다.만일 진정한
                [本色]도인이라면 나서고 멈춤[出處]에 시절을 알아야 한다.
                  양무제가 계합하지도 못하면서 질문을 던진 것은 기록에 남
                겨도 무방하거니와 요즘 제방(諸方)에서 개당(開堂)하고는 으레

                백추하고 이르되 “법연(法筵)에 모인 용상(龍象)의 무리여,마땅
                히 제일의(第一義)를 관하라”하는데 그 제일의제라는 것은 관
                하기가 허용되는 것인가?무제와 달마로 하여금 문답하기가 허
                용되는 것인가?만송은 이르노니 “제일의제는 차치하고 그대들
                은 성스런 진리[聖諦]가 어떤 것이라 여기는가?”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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