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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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용록 下 17


                비유하건대 복덕과 지혜가 구족된 상호를 가진 사람이 홀연히
                빈궁하고 병들고 괴로움을 당하는 꿈을 꾸었다면 이는 모습이
                변한 것이요,본래의 몸을 보지 못하는 것은 바탕이 달라진 것
                이요,집착으로 이것이 내 몸이라 오인한 것은 망정이 생긴 것
                이요,자기 복덕이 확고한 것임을 믿지 않는 것은 지혜가 막힌
                것이다.

                  어떤 승이 보자(報慈)에게 묻되 “망정이 생기면 지혜가 막히
                고 모습이 변하면 바탕이 달라진다 했는데 망정이 생기기 전엔
                어떠합니까?”하니,보자가 이르되 “막혔느니라[隔]”하였다.그
                런데 제방에서는 출처도 알지 못하고 흔히 모습[相]을 생각[想]
                이라 여기고 편할 대로 얼버무리고 있으니 학자들은 알아야 한
                다.
                  앙산(仰山)이 향엄(香嚴)을 감정하고 이르되 “여래선은 사형
                께서 알았다고 하겠으나 조사선만은 꿈에도 보지 못했다”하였

                는데,일러 보라,여래선과의 거리는 얼마나 되는고?시험삼아
                 화엄경 의 경문과 천동의 송을 대조해 보라.송은 이러하다.


               송고

               하늘은 덮고 땅은 실으나
               -위로 통했고 아래로도 뚫렸다.
               큰 덩어리와 작은 뭉치일 뿐이다.

               -칼과 도끼로 쪼개도 쪼개지지 않는다.
               법계에 두루해서 끝이 없고
               -시방에 벽이 없으니

               인허진(隣虛塵)을 쪼개도 안이 없다.
               -부처의 눈으로 엿보아도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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