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8 - 선림고경총서 - 34 - 종용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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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玄微)함이 다함에 이름이여.
-좋은 일도 없는 것만은 못하니라.
누가 향함과 등짐[向背]을 나누랴.
-회피할 곳이 없다.
불조(佛祖)께서 구업(口業)의 빚을 갚으러 왔도다.
-말이 많으면 행을 상한다.
남전(南泉)의 왕노사(王老師)에게 물어보건대
-삼산(杉山)을 피하라.
사람마다 다만 한 줄기의 푸성귀를 먹는다 하더라.
-다시 어떤 일도 영위할 것이 없도다.
평창 스승께서 이르시다.
암두(岩頭)가 이르되 “곧장 자기의 가슴에서 흘러나온 것으
로써 나를 위해 하늘을 덮고 땅을 덮으라”하였는데,지금은
말하기를 “하늘은 덮고 땅은 싣는다”하였으니,어쩌면 이다지
뒤바뀌었을까?대체로 상식[人情]에 따라서 말했기 때문일 것
이다.상식적으로는 모두가 이르기를 “천지가 사람을 내니 이
를 삼재(三才)라 한다”하거니와,불교에서는 반대로 사람이 천
지를 낸다고 한다.그러기에 이르기를 “삼계가 유심(唯心)이요
만법이 유식(唯識)이라”한다.여기에서 이것을 한 덩어리로 뭉
치고 한 무더기로 만들어 “법계에 두루했으되 가[邊]와 겉이
없다”한 것이다.
능엄경 에서 부처님이 아난에게 이르시되 “너는 땅의 성품
을 관하라.거친 것은 땅덩이요 가는 것은 먼지이거니와,인허
진(隣虛塵)에 이르자면 저 극미(極微),즉 색의 변두리 모습[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