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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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21


            지고 만다.
                -과연 그의 올가미에 걸려들었군.자기는 어떡하려구?

               평창
                   옛사람은 행각을 할 적에 두루 총림을 편력하면서 ‘이 일’만
                 을 생각하고,선상(禪床)위에 앉아 있는 큰스님들의 안목이 있
                 는가 없는가를 판정하고자 했다.옛사람들은 한마디에 서로 통
                 하면 머물렀지만 그렇지 못하면 곧 떠나 버렸다.
                   마곡스님이 장경스님에게 이르러 선상을 세 바퀴 돈 후 석장

                 을 한 번 내려치고 우뚝 서 있자,장경스님이 “옳지,옳다”고
                 말한 것을 보아라.사람을 죽이는 칼[殺人刀]과 살리는 칼[活人
                 劍]은 본분작가여야 쓸 수 있다.설두스님이 “잘못했다”고 하니,
                 이것은 양쪽을 말한 것이다.그렇지만 만일 그대가 양쪽으로 이
                 해한다면 설두스님의 뜻을 알지 못할 것이다.
                   그가 우뚝 서 있었는데,말해 보라,그는 무슨 일을 하였는

                 가?설두스님은 “틀렸다!”고 말하였는데 어느 점이 틀렸다는 것
                 일까?장경스님은 “옳다”고 하였는데 무엇이 옳다는 것일까?설
                 두스님은 앉아서 판결문을 읽는 것과 같다.
                   마곡스님은 “옳다”는 이 한마디를 가지고 바로 남전스님을
                 찾아가 여전히 선상을 세 바퀴 돈 후 석장을 한 번 내리치고
                 우뚝 서 있자,남전스님은 “아니다,아니야”라고 하였는데,살인
                 도와 활인검은 모름지기 본분종사여야 쓸 수 있다.설두스님은
                 “틀렸다!”고 하였으며,장경스님은 “옳지,옳지”라 하였고,남전
                 스님은 “아니다,아니야”라고 하였으니,이는 똑같은 말일까 다

                 른 말일까?앞에서는 “옳다”고 했는데,무엇 때문에 “틀렸다!”
                 고 말했으며,뒤에서는 “아니다”라고 했는데,무엇 때문에 “틀
                 렸다!”고 하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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