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3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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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23


                 란 3천 가지의 큰 위의[三千威儀]와 8만 가지의 구체적인 규율
                 [八萬細行]까지도 모두 갖추어야 하는데 스님은 어디서 왔기에
                 그처럼 거만을 부리는가?”라고 하였다.무슨 까닭에 육조는 그
                 에게 거만을 부린다고 말하였을까?그때는 옳다고 말하지도 않
                 았고,옳지 않다고 말하지도 않았다.옳으니 옳지 않느니 하는
                 것은 모두 속박하는 말뚝이다.오로지 설두스님만이 두 차례

                 “틀렸다!”고 하였으니,그래도 조금은 나은 편이다.
                   마곡스님은 “장경스님은 옳다고 하였는데 스님은 왜 옳지 않
                 다고 하십니까?”라고 하였는데,이 늙은이가 눈썹을 아끼지 않
                 고 (상대를 일깨워 주느라)적지 않은 허물을 범하였다.남전스
                 님이 말하기를 “장경스님은 옳지만 바로 너는 틀렸다”라고 하
                 였으니,남전스님이야말로 토끼를 보고서 사냥하려고 매를 놓
                 아 보냈다고 말할 만하다.
                   경장주가 말하였다.“남전스님이 너무도 매몰차지 못해 마지

                 못해 다시 허물을 들추어 말하기를 ‘이는 바람의 힘[風力]에서
                 굴러 나온 바이므로 결국 사라지고 말 것이다.’”

                    원각경(圓覺經)에서는 “나의 이 몸은 사대(四大)로 화합된
                 것이니,이른바 털․손톱․이빨․가죽․살․힘줄․뼈․골수․
                 뇌 등 더러운 물질은 모두 땅으로 돌아가고,침․눈물․고름․
                 피는 모두 물로 돌아가며,따뜻한 기운은 불로 돌아가고,움직
                 이는 것은 바람으로 돌아가나니 사대(四大)가 각각 떠나면 오늘

                 의 이 허망한 몸은 어디에 있겠는가?”라고 하였다.
                   저 마곡스님이 석장을 지니고 선상을 돌았던 것은 이미 바람
                 의 힘[風力]에서 굴러 나온 바이므로 결국은 사라지고 말 것이
                 라고 하였다.말해 보아라!결국 마음의 종지[心宗]를 밝히는 일
                 은 어디에 있을까?여기에 이르러서는 모름지기 무쇠로 주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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