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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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中 25
쪽에 서고,또다시 한복판에 섰다.그런 뒤에 사계를 하고 곧
뒤로 물러서자 중읍스님이 말하였다.
“어디에서 이런 삼매를 얻었느냐?”
“ 조계(曹溪)의 도장[印章]을 고스란히 찍어 왔지요.”
“ 말해 보라.조계스님은 이 삼매로 어떤 사람을 제접하였느
냐?”
“ 일숙각(一宿覺)을 제접했습니다.”
이어 앙산스님이 도리어 중읍스님에게 물었다.
“스님께서는 어느 곳에서 이 삼매를 얻으셨습니까?”
“ 마조(馬祖)의 처소에서 이 삼매를 얻었노라.”
이와 같은 대화를 한다면,이는 하나만 들어도 셋을 밝히고
근본을 보고서 지말을 아는 놈이 아니겠는가!
용아(龍牙)스님은 대중 법문에서 “참선하는 사람은 반드시
조사와 부처를 뛰어넘어야 한다.신풍(新豊:동산 양개,용아스
님의 은사)스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신 적이 있다.
‘불조의 말씀과 가르침을 숙생(宿生)의 원수처럼 보아야 비로
소 참선할 자격이 있다.만일 뛰어넘지 못한다면 불조에게 속임
을 당하게 된다’라고 했다.”
그때 어느 스님이 (용아스님에게)물었다.
“불조께서도 사람을 속이려는 마음이 있었습니까?”
“ 그대는 말해 보라.강과 호수가 사람을 막아 세우려는 마음
이 있겠느냐?”
또 용아스님은 말했다.
“강과 호수는 사람을 막아 세우려는 마음이야 없었지만 사람
스스로 지나가지 못하여,강과 호수가 도리어 사람을 막는 격이
되었다.그러니 강과 호수가 사람을 가로막는다고 말할 수 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