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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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이어야만이 할 수 있다.
왜!듣지 못하였느냐?장졸(張拙)이라는 한 진사(進士)가 서당
장(西堂藏)선사를 참방하여 물었다.
“산하대지는 있습니까,없습니까?삼세의 모든 부처님은 있
습니까,없습니까?”
“ 있느니라.”
“ 틀렸습니다.”
“ 그대는 일찍이 누구를 참방하였소?”
“ 경산(徑山)스님을 참방하였습니다.내가 묻기만 하면 경산스
님은 모두 ‘없다’고만 말하였습니다.”
“ 그대는 권속이 몇이나 있소?”
“ 아내 한 사람과 두 자식이 있습니다.”
“ 경산스님에겐 권속이 몇 명이 있었소?”
“ 경산스님은 옛 부처[古佛]이시다.스님은 그를 비방하지 마
십시오.”
“ 그대가 경산스님처럼 되거든 꼭 ‘없다’고 말하소.”
그러자 장졸은 머리를 숙이고 말았다.
모름지기 작가종사라면 끈끈한 속박을 벗겨 주며 (속박하는)
못과 쐐기를 뽑아 주어야 한다.한 곳만 국집하지 말고,종횡무
진 자재(自在)하여야 한다.
앙산스님이 중읍(中邑)스님의 처소에 이르러 사계(謝戒:계
를 받고 은사께 드리는 의식)한 행동을 살펴보라.
중읍스님이 앙산스님이 오는 것을 보고 선상 위에서 손뼉을
치면서 “큰스님[和尙]*!”하자,앙산스님은 곧 동편에 섰다가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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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본(三省本)에는 ‘화상(和尙)’으로 되어 있는데, 전등록 에는 ‘화화(和和)’로,
오등회원 에는 ‘화화성(和和聲)’으로 되어 있다.‘화화(和和)’는 어린애들이 말
배울 때 내는 소리로,번역하면 ‘옹알옹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