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6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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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조사와 부처가 사람을 속이려는 마음이야 없었지만,사람
스스로가 뛰어넘지 못하기에 부처와 조사는 사람을 속이는 격
이 되었다.그렇다고 부처와 조사가 사람을 속이지 않았다고 말
할 수는 없다.만일 불조의 가르침을 뛰어넘으면 이 사람은 곧
불조를 뛰어넘은 것이다.불조의 뜻을 체득해야지만 비로소 향
상(向上)의 옛사람과 같을 것이며,뛰어넘지 못한다면 부처를
배우고 조사를 배운다 해도 만겁(萬劫)토록 깨칠 기약이 없을
것이다.”
“ 어떻게 하여야 불조에게 속임을 당하지 않겠습니까?”
“ 스스로 깨쳐야 하느니라.”
‘ 이 자리’는 반드시 이래야만 비로소 얻을 수 있다.왜냐하면
사람을 지도하려면 철저해야 하고,살인을 하려면 피를 봐야 하
기 때문이다.남전스님과 설두스님은 그러한 사람이었기에 감
히 말할 수 있었다.송은 다음과 같다.
송
이래도 ‘틀렸다’,저래도 ‘틀렸다’.
-눈썹을 아껴라.법령에 따라서 시행하였구나.천상천하에 유아독존이
로다.
절대 말하지[拈]마라.
-두 개의 구멍 없는 철추로다.설령 천수대비(千手大悲)관음이라 해
도 거론하지 못하리라.혹 말한다면 스님에게 삼십 방망이를 먹이리
라.
사해(四海)에 물결이 잔잔하고
-천하의 사람들이 꼼짝하지 못한다.동서남북이 모두 똑같은 가풍이로
구나.요즈음엔 비가 많이 내리는군.
모든 강물에 썰물이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