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 - 선림고경총서 - 36 - 벽암록(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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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일 장경스님의 말에서 이해하려 한다면 자신마저 구제하지
                 못하겠지만,남전의 말에서 알아차린다면 불조와 함께 스승이
                 될 것이다.비록 그러하기는 하나 납승이라면 모름지기 스스로
                 알아야 한다.절대로 남의 말을 가지고서 분별해서는 안 된다.
                 그가 물은 것은 매한가지였는데 왜 한 사람은 “옳다”하고,한
                 사람은 “아니다”라고 말했을까?통달자재한 작가[通方作家]로서

                 완전한 해탈을 얻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또 다른 생애가 있겠지
                 만,기틀[機]과 경계[境]를 잊지 못한다면 결코 양쪽에 막힐 것
                 이다.
                   그러므로 고금을 분명히 판별하고 천하인의 혀를 꼼짝 못 하
                 게 하려면 반드시 두 차례 “틀렸다”라고 한 말을 또렷이 알아
                 야 한다.뒤에 설두의 송은 오직 이 두 차례의 “틀렸다!”는 말
                 을 노래했을 뿐이다.설두스님은 활발발(活鱍鱍)하게 드러내고
                 자 이처럼 말했던 것이다.만일 몸 속에 피가 있는 자라면 당연

                 히 언구에서 이해하지 않고,속박하는 말뚝 위에서 이러쿵저러
                 쿵하지 않을 것이다.어느 사람은 “설두스님은 마곡을 대신하여
                 두 차례 ‘틀렸다!’고 말하였다”고 하지만 이와는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옛사람의 착어는 중요한 관문을 꽉 막아 버린다는 사
                 실을 모른 데서 나온 말이다.여기도 저기도 모두 옳으나 결국
                 은 두 쪽 모두 아니다.
                   경장주(慶藏主)는 “석장을 짚고 선상을 맴돌며,옳으니 옳지

                 않느니 하는 것은 모두 잘못이다”고 하였는데,실은 이것도 아
                 니다.
                   그대들은 듣지 못하였는가? 영가(永嘉)스님이 조계(曹溪)에
                 이르러 육조(六祖)스님을 친견할 적에 선상을 세 바퀴 돌고 석
                 장을 한 번 치며 우뚝 서 있었다.그러자 육조는 “사문(沙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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