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0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성만 해도,말씀으로만 ‘범어원전 연구해라,범어원전 연구해라’고
하지 마시고 백련암 문 앞 장대 끝에 돈주머니를 매달아 놓고 ‘불전
범어원전 연구할 사람은 이 돈주머니를 풀어 가거라’하시면 그 동

안 어느 누가 와서 풀어 가도 풀어 가지 않겠습니까?인재를 널리
구하는 의미에서도 장학기금을 만들어야 합니다.그러자면 큰스님의
사상과 원력을 펴 나갈 수 있는 재단법인을 만드는 것이 좋을 것입

니다.그리고 저희들이 불민하여 큰스님의 뜻을 언제 이룰지 모르니
그 동안 역대 조사스님들의 어록 가운데서 큰스님께서 주장하시는
돈오돈수(頓悟頓修)의 선종 정통종지를 천양할 수 있는 어록들을 번

역하면,큰스님께서도 외롭지 아니하시고 역사적으로도 큰스님의 주
장이 헛되지 않다는 것이 증명되고,후학들이 선의 바른 길로 들어
갈 수 있는 길잡이가 될 것이라 믿습니다.”
“ 세상의 학자들이 그리도 눈이 어둡더란 말인가?무엇이 선(禪)이

고 무엇이 교(敎)인지 그리도 모르더란 말인가?네 말에도 일리가 있
으니 생각해 보겠노라.”

“ 그러면 꼭 번역이 필요한 어록들을 열거해 주시면 그 책들을 번
역토록 하겠습니다.”
그 후 한 달이 지나도 큰스님께서 아무런 말씀이 없으시어 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