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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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는 것처럼 머뭇거림을 용납하지 않고 대뜸 긴급하고 신속하
고 드높게 처리했다.이는 드넓으며 도도한 위산스님의 경지와
는 다르다.
요즈음 선객들은 (상대의)기합 소리에 눌려 상대의 기봉으
로부터 벗어나질 못한다.그러므로 “자기 스스로 간절히 얻고자
하면 물음을 가지고 묻지 마라”고 하였다.
오봉스님의 답은 그 자리에서 대뜸 끊어 버려 통쾌하고 준수
하였다.백장은 “사람이 없는 곳에서 이마에 손을 얹고 그대를
바라보겠다”고 하였는데,말해 보라,이는 그를 긍정한 것인가,
아닌가?이는 죽인 것인가 살린 것인가?매끄럽게 굴러가는 그
를 보고서 그에게 밝혀 준 것이다.설두스님의 송은 다음과 같
다.
송
스님도 버리소서.
-이미 말 이전에 있다.많은 사량분별을 끊어 버렸다.
용사진(龍蛇陳)진법을 무찌르는 재주를 보았었네.
-모름지기 대장군이어야 비로소 일곱 가지 무기[弓․矢․刀․劍․
甲․胄․戈]를 마음대로 다룰 줄 알 것이다.전투에 익숙한 작가이
다.
사람들로 하여금 길이 이광(李廣)장군을 생각케 하노니
-오묘한 솜씨만 있을 뿐 잡다한 것은 없다.말 한 필,창 하나면 된다.
천리 만리라도 단숨이지.천 사람 만 사람 속에 오직 한 사람만이 그
럴 수 있군.
만 리 하늘가에 독수리 한 마리 떨어진다.
-대중은 보았느냐.말해 보라,어느 곳에 떨어졌느냐.적중했다.(원오
스님은)치면서 말한다.날아가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