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2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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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암스님은 그저 관계없는 사람을 점검하였을 뿐이다.백장
                 스님은 그 같은 모습을 보고서 대뜸 잡아다가 쳐버렸다.설두스
                 님은 이를 다음과 같이 송하였다.


               송
               스님은 할 수 있습니까?
                -공안이 그대로 드러났군.물결에 따라 움직이는군.흙탕물 속으로 들
                 어갔군.

               황금빛털 사자는 땅에 쭈그리고 앉아 있지 않네.
                -환하다.무슨 쓸 곳이 있으랴.애석하군.
               삼삼오오 옛길로 가는데
                -목구멍과 입을 막고서 어떻게 말하겠는가?몸을 비껴서 기염을 토해
                 냈다.그 자리에서 빗나가 버렸다.
               대웅산(大雄山)아래에서 부질없이 손가락을 퉁긴다.
                -한 번 죽으면 다시는 살아나지 못한다.슬프고 마음 아프다.통곡하
                 는 울음 속에 더더욱 원한이 서려 있다.

               평창
                   “스님은 할 수 있습니까?”라고 하니,설두스님은 이 죄상에
                 의거하여 판결을 한 것이다.이는 옳기는 옳지만 황금빛털 사자
                 가 땅에 쭈그리고 앉아 있지 않는 데야 이를 어찌하랴.사자가

                 동물을 낚아챌 때는 이빨과 발톱을 숨기고 땅에 웅크리고 앉아
                 있다가 잽싸게 몸을 날리는데 크고 작은 동물들을 가리지 않고
                 언제든지 모든 위엄을 다하고 갖은 공을 다 들인다.
                   운암스님이 “스님은 할 수 있습니까?”라고 한 말은 옛길로
                 가는 것일 뿐이다.그러므로 설두스님은 “백장스님이 대웅산 아
                 래에서 부질없이 손가락을 퉁긴다”고 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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