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선림고경총서 - 37 - 벽암록(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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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암록 下 29
평창
“스님도 버리소서”라는 것은 설두스님이 이 한마디로 한 번
내지른 것이다.이어서 말하기를 “용사진(龍蛇陳)진법을 무찌
르는 재주를 보았었다”고 하였다.이는 마치 양편에 진영을 배
치하고서 갑자기 나갔다 들어왔다 하면서 종횡무진하며 싸우는
장군의 솜씨와도 같다.뛰어난 지략이 있는 장수는 한 필 말에
창 하나를 들고 용사진을 자유로이 넘나든다.그대가 어떻게 그
를 포위할 수 있겠는가?이러한 사람이 아니라면 이러한 지략
이 있는 줄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설두스님의 이 세 구절
의 송은 모두가 그 같은 경지 속에 나아가 이처럼 말한 것이다.
이는 전한(前漢)시대의 명장 이광(李廣)의 신비한 화살[神箭]과
흡사하다.
“만 리 하늘가에 독수리 한 마리 떨어진다”는 것은,화살 한
개를 뽑아서 쏘았다 하면 반드시 독수리 한 마리가 떨어지는
것은 기정 사실로서,결코 놓치는 일이 없음을 말한 것이다.설
두스님은,백장스님이 물은 곳은 한 마리 수리와 같고,오봉스
님의 답은 한 화살과 같음을 노래한 것이다.그러나 산승은 오
봉스님만을 찬탄하노니,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온몸이 진흙과
물에 들어가 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