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8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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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겠다’는 의미를 갖는 문장을 새로 구성하였다.
①의 ‘듣자마자(一聞)’가 생략되었다. 원래 조사선은 선지식의 가르침
을 듣고 그 말끝에 깨닫는다. 선지식의 설법이 수행자의 분별 사유의
틀을 부수는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뒤의 ‘말 끝에(言下)’
와 의미상 중복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생략한 듯하다.
②와 같이 ‘눈물을 흘리고 비통하게 울면서(涕淚悲泣)’가 생략되었다.
‘체루비읍涕淚悲泣’은 사무치는 깨달음이나 참회 등이 일어날 때의 장면
을 표현하는 관용어이다. 자아와 대상을 나누는 장벽이 무너져 완전한
무장 해제가 일어나는 순간, 그 해방감에서 체루비읍의 반응이 일어난
다. 다만 그 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이것을 미숙한 감정적 반응으로 이
해할 수 있다. 생략의 이유일 수 있다.
③과 같이 ‘아뢰어 말씀드리다(白言)’를 ‘스스로 말씀드리다(自言)’로 바
꾸었다. ‘백白’에는 윗사람에게 말씀드린다는 뜻이 있기는 하지만 ‘언言’
과 의미상 겹치는 부분이 있다. 그래서 스스로의 심경을 말한다는 ‘백
白’의 뜻을 살리면서 ‘언言’과의 중복을 피하기 위해 ‘백白’→‘자自’로 글자
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④와 ⑥의 생략된 문장에는 법화法華라는 불법이 따로 있다는 법집
을 내려놓고 스스로 법화 그 자체가 되는 실천의 길을 걷겠다는 법달
의 서원이 담겨 있다. ‘법화에 굴려진다(法華轉)’, ‘법화를 굴린다(轉法華)’
와 같이 절묘한 표현을 담고 있는 문장과 내용이 더없이 훌륭하지만 그
것이 생각생각 부처의 행行을 실천하겠다는 서원과 내용상 중복되므로
생략한 것으로 보인다.
⑤의 ‘이후以後로는’이 누락되어 있다. 1981년 본의 교정지를 보면 원
래 이 인용문은 최초의 출판본에 없던 부분을 원융스님이 추가한 것이
다. 원융스님의 추가와 교정은 성철스님의 말씀에 따른 것으로 보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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