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4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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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무심에서 크게 살아나 구경각을 이룬 이는 일거수일투족이 저절로
대비행이 된다. 일부러 자비한 마음을 일으킬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일
체의 유위적 노력과 마음 먹음을 떠나 인연 따라 불사를 하는 보임무
심의 특징을 드러내기 위한 생략이다.
【7-17】 煩惱習은 名煩惱殘氣니라 ①[若身業口業不隨智慧, 似從
煩惱起. 不知他心者, 見其所起, 生不淨心. 是非實煩惱, 久習煩
惱故, 起如是業.] 譬如久鎖腳人이 卒得解脫하야 行時에 雖無有
鎖나 猶有習在요 如乳母衣가 久故垢著일새 雖以淳灰로 淨洗②
[浣]하야 雖無有垢나 垢氣猶在니라
선문정로 번뇌의 습習이라 함은 번뇌의 잔기殘氣를 말함이니라. 비유
하건대, 장구長久히 양각兩脚을 구쇄拘鎖한 인간이 졸지卒地에 해탈함
을 얻어서 행보行步할 때에 비록 구쇄拘鎖가 없으나 오히려 습관이 잔
재殘在하고, 유모乳母의 의복衣服이 일구日久한 고로 구예垢穢가 부착
付着하였을새 비록 순회淳灰로써 청정히 세완洗浣하여 구예垢穢가 완
전히 없으나 구예垢穢의 기분氣分이 잔재殘在함과 같으니라.
현대어역 번뇌의 습관(習)이란 번뇌의 남은 기운을 가리킨다. [몸으로
지은 업과 입으로 지은 업은 지혜를 따르지 않고 번뇌를 따라 일어
나는 것처럼 보인다. 또 그 마음을 모르는 이들은 번뇌를 일으키는
것을 보고 청정하지 못한 마음을 일으킨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실질
적인 번뇌가 아니라 오랜 습관이 된 번뇌 때문에 이러한 업을 일으키
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오랜 시간 발이 족쇄에 묶여 있던 사람은 마
침내 그것을 벗게 되어 족쇄가 없음에도 움직일 때에 여전히 습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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