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83 - 정독 선문정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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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가 작동하지 않는 차원이다.
그런데 무상정의 차원에서는 잠이 들면 선정이 사라지고 꿈속에서
다시 희노애락이 일어나는 한계를 갖는다. 대혜스님과 같은 선승들은
이것을 고민하면서 더욱 간절하게 수행에 임했다. 그 결과 꿈을 꿀 때
나 깨어 있을 때나 한결같이 둘 아닌 자리에 도달한다. 잠을 자나 깨어
있으나 한결같은 상태를 체험하였다는 것이다. 성철스님은 이것을 몽중
일여夢中一如로 규정한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 의식이 작동하지 않는 숙
면시에도 경계가 변함없는 멸진정의 차원이 있다. 성철스님은 이것을
숙면일여熟眠一如라 불렀다.
몽중일여와 숙면일여는 깨어 있을 때와 잠잘 때가 한결같다는 공통
점을 가지므로 오매일여寤寐一如, 혹은 오매항일寤寐恒一이라는 용어로
함께 표현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성철스님은 숙면일여만을 진정한 오매
일여로 인정한다. 그러니까 대혜스님이 체험한 오매일여는 몽중일여로
서 아직 제6식의 영역에 있고, 이를 넘어 제8아뢰야식의 영역에 들어가
야 진정한 오매일여인 숙면일여가 된다는 것 225 이다. 나아가 숙면일여조
차 가짜와 진짜를 나눈다. 6추를 소멸하였지만 아직 아뢰야식의 차원
에 머물러 있는 것은 가짜 무심(假無心)이다. 이 차원을 넘어 아뢰야의
미세분별까지 멸진해야 진짜 무심(眞無心)이라 할 수 있다 226 는 것이 성
철스님의 견해이다. 진정한 오매일여는 아뢰야식의 3세까지 멸진한 진
짜 무심만을 가리킨다는 것이다. 이 가짜 무심(假無心)과 진짜 무심(眞無
心)이라는 용어는 성철스님의 창안으로 보인다. 의식의 티끌이 남아 있
는 무심과 제8식 차원까지 넘어선 구경무심을 논하기 위한 것이다.
225 퇴옹성철(2015), p.189.
226 퇴옹성철(2015), p.35.
제8장 오매일여 · 3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