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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의 진실성 정도에 관해서는 대혜스님의 경우에 볼 수 있는 것처

            럼 옛 선사들 간에도 심도 있는 논의들이 있었다. 특히 한국에서는 성
            철스님이 오매일여를 깨달음 점검의 제1항목으로 제시한 뒤 치열한 논

            쟁들이 계속되어 왔다.





               2. 성철스님 오매일여 설법의 특징






               앞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성철스님은 오매일여의 의미를 좁게 한정
            한다. 견성, 무심, 보임에 대한 설법에서 살펴본 것처럼 성철스님은 선

            가에서 활용되어 온 단어들에서 가장 순수한 의미만 남기고 나머지를
            배제하는 경우가 많다. 오매일여도 마찬가지다. 깨어 있을 때와 잠잘 때

            가 한결같음을 뜻하는 오매일여에서 꿈속에서의 한결같음을 빼 버리
            고 꿈조차 없는 숙면 상태에서의 한결같음만 인정한다. 그러기 위해 몽

            중일여夢中一如와 숙면일여熟眠一如라는 자신만의 단어를 창안하는 일도
            사양하지 않는다. 진정한 오매일여는 숙면일여일 뿐임을 강조하기 위해

            서이다.
               원래 일여라는 말은 상반되는 두 개념이 둘이 아님을 드러내는 말이

            다. 움직일 때(動)와 가만히 있을 때(靜)가 둘이 아니므로 동정일여動靜一
            如가 된다. 깨어 있을 때(寤)와 잠잘 때(寐)가 둘이 아니므로 오매일여寤

            寐一如가 된다. 삶(生)과 죽음(死)이 둘이 아니므로 생사일여生死一如가 된
            다. 그런데 몽중일여와 숙면일여에는 이러한 조어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상반되는 두 차원이 세워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일여는 항일
            성, 지속성을 뜻하는 말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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