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2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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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 『퇴옹학보』 제17집
이다. 다른 하나는 ‘수행의 원칙과 방법 그리고 과보’[大行]를 분석한 ‘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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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대행(辨別大行)’적인 저서다. 『선문정로』와 『본지풍광』이 여기에 포함
된다. 세 번째는 ‘심리(深理)’와 ‘대행(大行)’을 구체적이고 개별적 일[事]들
6)
7)
에 적용한 ‘적화수적(適化 垂跡 )’류의 글들이다. 깨달음[法]의 한국적
흐름[脈]과 자취[迹]를 논구한 『한국불교의 법맥』, 『돈오입도요문론 강
설』·『돈황본 육조단경』·『임제록』·『신심명·증도가 강설』 등의 주석(注釋),
붓다의 가르침을 대중들에게 설파한 『자기를 바로 봅시다』·『영원한 자
유』 등의 법문집(法門集)이 그것들이다. 이들 가운데 『백일법문』, 『선문정
로』, 『본지풍광』 등 삼부작(三部作)이 특히 중요하다. ‘적화수적’류는 이치
를 결택해 정립한 ‘관점(觀點)’과 대행(大行)을 변별해 체득한 ‘원칙(原則)’이
응용된 책들이기 때문이다. 종파나 교파의 불학을 분석할 때 상용하는
경(境)·수(修)·과(果)로 삼부작을 분류하면 『백일법문』은 ‘객관 세계[境]
를 어떻게 이해하고 인식할 것인가?’를 분석해 견해를 확립하는 경(境)
에, 수행의 방법론을 상술한 『선문정로』는 수(修)에, 『본지풍광』은 경과
5) 결택심리(抉擇深理)’와 ‘변별대행(辨別大行)’은 타이완의 인슌(仁順, 1906-2005) 스님이
‘
용수의 사상을 분석할 때 사용했던 단어들로, 이를 차용했다. 인슌은 ‘분별대행(分別大行)’
이라는 말을 썼으나 필자는 이를 ‘변별대행’으로 바꾸었다. 印順(2011a), 2.
6) 수나라의 길장(吉藏, 549-623)이 지은 『삼론현의(三論玄義)』 첫머리(T45, 1a)에 나오는 말
이다. “무릇 중생의 근기에 따라 교화하는 데 정해진 방향이 있는 것은 아니며, 훈도하고
유도하는 방법도 한 가지만 있는 것은 아니다.[夫適化無方, 陶誘非一]”
7) 후진의 승조(僧肇, 384-414)가 지은 「주유마힐경서(注維摩詰經序)」(T38, 327b)에 나오는
말이다. “불보살의 진실한 몸인 본지(本地)가 아니면 중생구제를 위한 임시적인 몸이 나타
나지 않고, 임시적인 몸이 나타나지 않으면 본지가 드러나지 않는다. 본지와 수적(垂跡)이
비록 다르나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다는 점에서는 같다.[非本無以垂跡, 非跡無以顯本, 本
跡雖殊, 而不思議一也]”