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3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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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옹성철의 불학체계와 그 특징 • 13
수에 따른 결과를 논한 과(果)에 각각 배대(配對)해도 크게 틀리지는 않
다. 따라서 ‘결택심리’와 ‘변별대행’을 종합적으로 해독할 때 ‘퇴옹의 불
학체계’가 제대로 드러난다. 본고는 삼부작을 중심으로 ‘퇴옹의 불학체
계와 그 특징’을 분석했다.
Ⅱ. 본론
1. 『백일법문』 - 결택정견[抉擇正見, 올바른 관점을 채택 확립하다]
퇴옹의 불학은 ‘①깨달음이란 무엇인가?(=무엇을 깨달아야 하나?) ②누구
나 깨달을 수 있는가? ③ 어떻게 깨달을 것인가?’ 등 세 가지를 중심으
로 체계화되어 있다. ‘경·수·과’에 따라 조직화된 것과는 약간 다르다. 종
파나 교파의 종학을 수립하기 위해 혹은 학문적 관점으로 정립한 체계
가 아니다. 수행자의 입장에서, 수행과 깨침에 직접 연관되고 곧바로 도
움 되는 주제들을 중심으로 불교관을 확립했기에 나타난 특징이다.
경·수·과로 불학을 체계화하려면 ‘수많은 개념(槪念)’과 ‘번쇄한 논증’
이 필요하다. 논증에는 개념이 요구되고 개념은 설명을 통해 의미가 드
러난다. 자연히 다단(多端)해질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어떤 사물을
보거나 인식할 때 머리 속에 먼저 ‘언어로 구성된 개념’이 떠오른다. 불
학(佛學)이 ‘명언(名言)’이라 부르는 개념은 ‘표출되지 않은 말’[無聲言說]에
다름 아니다. 소리 없는 말인 개념에는 유용한 것, 쓸모없는 것, 정확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