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17 - 퇴옹학보 제17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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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옹성철의 불학체계와 그 특징 • 17
별로 최대의 무분별지’를 빠르고 결함 없이 증득[頓悟圓證]하기 위해서였
을 것이다.
불학이 ‘무분별의 진리’와 이를 파악하는 ‘무분별지’를 체득하는 방법
에는 대략 두 가지가 있다. ‘분별(分別)적인 방식’과 ‘직관으로 일시에 파
악하는 방법’이 그것이다. 전자를 분별설 혹은 분석설(分析說), 후자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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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체설(一切說)이라고도 한다. 분별설은 구체적인 현상과 존재를 분석
하고 분별해 진리를 찾는다. 부파불교를 대표하는 설일체유부의 학승
들이 주로 활용한 방법이다. 그들은 사물이나 현상을 관찰하고 분석해
진리를 찾았다. 물질적인 존재를 분석해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존재인
‘극미(極微)’와 현상의 흐름을 분석하다 더 이상 분해할 수 없는 ‘찰나(刹
那)’라는 개념을 탄생시켰다. 그들은 극미나 찰나 같은 개념적인 존재를
토대로 일체 존재[一切法]를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세분화했다. 『품류족
론(品類足論)』에 나오는 5위67법, 『구사론』에 나오는 5위75법 등이 대표
적이다. 분석의 결과 그들은 “주관은 공하나 객관은 공하지 않고[我空法
有], 과거 현재 미래는 실재하며[三世實有], 개념적인 존재인 법체는 항상
존재한다[法體恒有].”는 결론에 도달했다. 인무아(人無我)를 논증하려 사
물과 현상을 나누고 분석하다 오히려 실재론에 빠져 들고 말았다. 17)
일체설은 분별설과 다르다. 사물과 현상 하나하나를 분석하고 구분
하지 않는다. 직관적인 방식으로 진리를 체득한다. “곧바로 오온이 공함
을 파악해[照見五蘊皆空] 모든 고통에서 벗어나는[度一切苦厄]” 방식이다.
16) 呂澄(2005), 7.
17) 呂澄(2005), 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