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3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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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옹성철의 중도법문이 한국불교에 미친 영향 • 213




                                                   97)
               로 ‘자기를 버리고 남을 먼저 드러내는 것’ 이다. 이는 참다운 공을 실
               현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세상의 변화가 아니라 자신이 먼저 아상을
               버려야 함을 말한다.

                 중도는 동시적 부정과 동시적 긍정을 통해 구현되지만 중도를 실현하

               는 실천의 출발은 나로부터 시작됨을 말하고 있다. 영가현각은 “수많은
                                                    98)
               강물에 비친 달빛은 하나의 달로 귀결된다.” 고 했다. 마찬가지로 사회
               적 고는 천차만별한 개인들의 아상에 뿌리를 둔 변견이지만 그 모든 변

               견을 풀 수 있는 해법은 결국 나의 문제로 수렴된다. 내가 먼저 나를 숨
                                                                          99)
               기고 남을 드러낼 때 마치 “하나의 달이 천강에 그림자를 드리우듯”
               세상에 가득한 변견을 치유할 달빛이 빛나게 된다. 결국 퇴옹은 변견을
               치료할 처방전으로는 중도를 제시하고, 치료의 첫 단초는 내가 먼저 아

               상을 버려야 함을 강조한 것이다.





               Ⅳ. 맺음말




                 퇴옹성철이 백일법문을 통해 중도사상을 설파하던 시절은 사회적으

               로나 교단적으로나 대립과 갈등으로 점철된 고(苦)의 시절이었다. 당시
               나타났던 고의 양상은 개인적 차원을 넘어 사회적 양상을 띠고 있었다.





               97) 『반야바라밀다심경약소』(T33, 553a), “一廢己成他義.”
               98) 『영가증도가』(T, 396b), “一切水月一月攝.”
               99) 『영가증도가』(T, 396b), “一月普現一切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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