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4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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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 『퇴옹학보』 제18집




            세상은 진보와 보수, 남한과 북한, 친일과 반일, 비구와 대처와 같이 사

            회적으로 강제된 이슈에 의해 대립하고 갈등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개
            인적 차원을 넘어서 있는 거대한 시대적 조류에 의해 모두의 삶은 억압

            당하고 있었다.

               이처럼 고의 양상이 개인의 범주를 넘어서 있다면 고의 원인을 개인
            의 욕망이나 집착 때문이라고만 진단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서 고의

            근원을 개인적 집착이라고 하면 사회적 문제로 초래된 고통을 개인에게

            전가하는 책임 회피가 되고,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거시적 문제를 덮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한다. 고통은 사회적 성격을 띠고 있는데 그 원인을

            개인에게 돌리고, 해법을 개인에게 전가한다면 문제의 본질을 왜곡하고
            호도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여기서 퇴옹은 고의 원인을 보다 큰 틀에서 접근하고 분석한다. 그리

            고 당대의 시대적 병통은 서로 두 편으로 갈라놓는 분열의 담론, 갈등
            과 대립이라는 양변이 고의 근원적 원인이라고 파악한다. 진영논리로

            모든 중생이 두 패로 나눠 총부리를 겨누고, 같은 민족끼리 이념적 문제
            로 인권을 억압하고, 교단은 비구 대처로 갈등했기에 고의 뿌리는 개인

            을 초월한 곳에 있었다. 이와 같은 양상은 모두 양변이라는 인식이 초래

            한 문제들이었다. 당대를 덮고 있는 이와 같은 고의 사회적 양상을 직시
            하고, 그 원인을 정확히 진단할 때 바른 해법도 나오는 법이다.

               본고는 퇴옹의 중도사상을 사성제의 원리에 입각해 분석함으로써 중

            도법문이 중생의 고, 사회적 고를 해소하기 위한 진단이자 처방이었음
            을 고찰해 보았다. 퇴옹은 갈등과 대립의 시대상황을 진단하고 고의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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