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1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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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옹성철의 중도법문이 한국불교에 미친 영향 • 211
대변한다. 그런 변견을 버리면 본래 하나라는 존재의 근원을 깨닫게 되
고, 그때 모든 상극과 모순은 해소되고, 영원한 평화가 가능해 진다는
것이 퇴옹의 중도론이다. 용수보살은 『중론』의 귀경게에서 양변의 유형
을 생멸(生滅), 단상(斷常), 일이(一異), 거래(來去)라는 팔불중도를 제시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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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있다. 그러나 양변은 그와 같이 여덟 가지 범주에만 국한되지 않는
다. 개인과 개인의 대립, 개인과 집단의 대립은 도식화된 범주가 아니라
각자가 가지고 있는 수많은 아상(我相)으로 확장된다. 열 사람이 있으면
열 가지의 이념이 있고, 백 사람이 있으면 백 가지의 이념이 존재하는 세
상이 되었다. 결국 아상이 강고하면 그 대척점에 상대가 있고, 여기서 대
립과 갈등은 강고해진다.
결국 모든 변견의 출발은 바로 ‘나’라는 아상이다. 이런 이유로 『금강
경』에서는 “보살은 마땅히 일체 모든 상을 떠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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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을 일으켜야 한다.” 라고 했다. 무상정등각은 자신의 상을 내려놓는
것으로부터 시작한다는 것이다. 내가 하나의 상을 갖는 순간 나는 이미
세상과 대립하는 하나의 이념이 되고, 극단이 된다. 따라서 나라는 아
상을 내려놓는 것이 중도적 깨달음의 시작이 된다.
“ 세상에 변견이 생기는 것은 사량분별과 집착 때문이므로 부처님
제자라면 집착심을 버리고 모든 사물에 주착(主着)하지 않아야 합
니다. 나[我]라는 아견(我見)을 고집하는 사량분별을 다 버려야 합니
92) 『중론』(T30, 1b), “不生亦不滅 不常亦不斷 不一亦不異 不來亦不出 能說是因緣 善滅諸戲
論 我稽首禮佛 諸說中第一.”
93) 『금강반야바라밀경』(T8, 750b), “菩薩應離一切相 發阿耨多羅三藐三菩提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