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5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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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옹성철의 중도법문이 한국불교에 미친 영향 • 215
인은 양변이라고 진단했다. 그리고 그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파사현정
의 정신으로 중도법문을 설파했다. 이런 맥락에서 중도사상을 분석해
보면 단지 교학강좌를 위해 중도사상을 설파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시대적 요청에 부응한 교단적 응답이었으며, 중생이 직면해 있
는 고를 해소하고자 하는 근원적 처방이었음을 알 수 있다.
본고는 중도사상이 한국불교에 미친 영향으로 크게 네 가지 문제로
압축해 보았다. 첫째는 불교사상의 핵심임에도 불구하고 주목받지 못
했던 중도사상을 재발견하고, 그 중요성을 부각시킨 것이다. 퇴옹에 의
해 한국불교에서 중도사상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관련 주제에 대한
연구의 양과 질이 풍부해졌다.
둘째는 중도교판의 정립으로 불교사상을 체계화하고 한국불교의 독
자성을 확립한 것이다. 한국불교는 소위 통불교라는 인식 속에 서로 다
른 교설이 체계 없이 뒤섞여 있었다. 퇴옹은 중도사상을 근간으로 삼아
불교사상을 일목요전하게 정립했다. 중도를 중심으로 한 퇴옹의 이와
같은 교학체계를 필자는 ‘중도교판’ 100) 이라고 이름 붙인 바 있다. 퇴옹
은 중도교판을 통해 남방불교와 북방불교, 초기불교와 대승불교가 결
국은 한 맛임을 도출해 냈다. 나아가 문헌학적 연구방법론에 입각한 대
승비불설의 비판에 대해서는 비록 대승경전이라도 중도사상에 입각해
있다면 정법이라고 결론을 내림으로써 사상적 혼란을 정리했다. 이는
중국에서 발원한 교판과 일본에서 발원한 비판불교를 모두 지양함으로
100) 서재영(2015), 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