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25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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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의 수행과 신심의 상관성 고찰 • 225
하기 이전 곧 선의 수행법이나 선법 내지 선사상의 범위를 벗어나지 못
했던 인도불교의 경우에는 더욱더 깨침이 중시되었다. 그러나 선이 시대
의 변천과 지역의 확대 등에 따라 하나의 집단화되면서부터 깨침을 바
탕으로 하여 그 전법 내지 전승이 더욱더 중요시되었다. 그래서 어떤 깨
침을 터득했느냐보다는 누구로부터 인가를 받았느냐가 중시되었다. 곧
깨침은 어디까지나 스승의 지도를 받기는 하지만 스스로가 터득하지 않
으면 안 되는 자내증의 문제이지만, 전법 내지 전승의 인가는 그와는 다
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누구로부터 인가받았는가 하는 점은 곧 대의와
명분을 중시했던 사회에서는 자체의 집단이 생존과 번영을 구가하느냐
아니냐에 대한 가장 중요한 명제였다. 이로써 선종에서는 깨침이 전법
의 필요조건으로서 중시되었다.
나아가서 붓다의 본의가 지혜와 자비에 바탕한 중생제도라는 최상승
과 대승을 표방하면서 불조혜명의 계승을 내세우는 선종에서는 전법으
2)
로만 그 본래적인 의의를 다할 수는 없었다. 이로써 전법의 중시는 당
시의 사회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발휘했느냐 하는 대중의 접화라는 조
건을 아울러 중시하게 되었다. 깨침과 전법은 각각 대중을 접화하고 집
단을 유지해 나아가기 위해 매우 유용한 수단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그
것이 대중접화라는 교화의 직접적인 목적일 수는 없었다. 따라서 당시
의 사회에서 집단을 이끌어 나아가고 제자를 배출하며 영향력을 행사
2) 명목상으로 선종의 시작을 보리달마로부터 시작되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출발은 보
리달마가 중국에 도래한 본래의도로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祖師西來意로 대변되는 화두
의 경우가 아니더라도 보리달마가 인도에서 동진한 것은 대승의 선법을 전승하기 위해서
였음을 부정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