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52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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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2 • 『퇴옹학보』 제18집
오된 적이 없어서, 무량겁동안 본래구족되어 고 원만하여, 일찍이
털끝만치도 모자람이 없고, 일찍이 털끝만치도 남음이 없음을 믿
게 된다. 38)
이처럼 만약 본래의 것[正位]에 대한 深信은 心心·念念·法法·塵塵이 다
正位로부터 건립되는 것이기 때문에 일체의 心이 다 진리의 心이고, 일
체의 법이 다 진리의 법이다. 따라서 法 곧 본증자각과 信心 곧 深信은
서로가 不一不二의 관계로서 구족되어 있다. 그리하여 果가 충만하여 보
리가 원만해지고 꽃이 피어 세계가 일어나는 것이다. 곧 果가 원만하다
는 것은 正位에 들어간 도리로서 제불과 제조사가 증득한 바이기 때문
이다. 그리고 꽃이 핀다는 것은 正位로서의 果가 철두철미하게 원만해
지면 시방세계에 應物顯現하여 온 천지를 두루 뒤덮게 되는 것을 말한
39)
다. 이처럼 묵조선에서의 信心은 深의 信이고 자각의 心으로서 信과
心이 동일시되는 입장이다.
38) 『宏智禪師廣錄』 卷1, (T48, 17b-c) “常光現前 開發覺華 超脫情境 始信元不修持 不曾染汚
無量劫中 本來具足 圓陀陀地 曾無一毫頭許欠少 曾無一毫頭許盈餘”
39) 이와 같은 默照의 종지를 나타내주는 말이 虛而靈하고 空而妙이다. 그러나 虛는 단순한
虛談寂照의 것이 아니고, 靈도 正位가 寂默한 것만을 가리키는 것도 아니다. 空으로서
虛이고 妙로서 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