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48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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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8 • 『퇴옹학보』 제18집
래서 묵조선의 信心은 앞서 언급했던 달마의 심신에 통한다.
이와 같은 입장에서는 달리 의지할 하나의 가르침[一乘]도 없고, 달리
닦을 萬行도 없으며, 달리 벗어날 三界도 없고, 달리 알아야 할 萬法도
없다. 그러니 만약 도가 삼계를 벗어난 즉 삼계가 없어지고, 도가 삼계
에 있으면 삼계에 걸림이 되며, 만약 만법 깨치기를 기다리면 만법은 분
연할 것이고, 만법을 굴리기를 기다리면 만법이 소란스러울 것이다.
이여기서 바야흐로 묵조의 八不이 등장한다. 곧 벗어나려고도 않고
[不出], 남아 있으려고도 않으며[不在], 없어지지도 않고[不壞], 걸림도 없으
며[不礙], 굴리려고도 않고[不轉], 알려고도 않으며[不了], 분연도 없고[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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紛], 소란스러움도 없다[不擾]. 그래서 문득 확연히 드러난 몸을 보게 된
다. 그 몸은 소리와 색깔 속에서도 방해받지 않고 잠을 자며, 소리와 색
깔에서도 앉고 누우며 모든 상대적인 것들을 끊어버린다. 그리고 항상
광명이 현전하여 깨침을 열어 알음알이의 경계를 초탈한다. 이처럼 될
때 비로소 信心은 원래 닦아서 지닐 것이 없고, 일찍이 染汚된 적이 없
어서, 무량겁 동안 본래구족되어 원만한 모습으로서 일찍이 털끝만치도
모자람이 없고, 일찍이 털끝만치도 남음이 없음을 믿게 된다.
그리하여 묵조에서의 깨침은 필연적으로 信心 곧 深信을 수반한다.
묵조를 참구한다는 것은 참학자가 무분별지인 깨침의 자각을 통하여
그것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가는 행위이다. 이것이 곧 자기에 대한 자
각으로서 깨침이다. 그렇다면 범부의 경우 어떻게 해야만 초심으로부터
34) 『宏智禪師廣錄』 卷1, (T48, 17c) “到此直須 不出不在不壞不礙不轉不了不紛不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