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84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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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4 • 『퇴옹학보』 제18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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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않으면 관리(官史) 로 임명되지 못할 것이며, 죄를 언도받은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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科罪)들은 용서받지 못할 것이다.
금령은 내려졌지만 한번 민심에 침투한 불교 세력은 좀처럼 순식간에
사그라지지 않고 사대부 안에서도 일반 민중 안에서도 법회를 열어 승
려에게 공양하는 자가 적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시승(詩僧)의 진신(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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紳) , 독서인과 교류하는 자, 대학생(大學生) 사리를 안치하여 은총을 요
구하는 자 등, 승려는 이들로 의연하게 위풍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9대 성종에 이르러서는 불당을 폐지하고 이를 학당으로 하였
으며 12대 중종 때에는 경성 내 자수(慈壽), 인수(仁壽) 등의 이원(尼院) 26)
을 철거하여 연소(年少)자는 환속시키고 노년(老年)자는 쫓아내는 등, 그
이후 역대 왕들의 본격적인 탄압이 이루어졌다. 이리하여 점점 일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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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도 제연(齊筵) 을 열고 또는 기신(忌辰) 지내는 자가 감소하는 추세였
다. 결국은 전래된 이래 조선인의 웅장한 성격을 기르며, 국내외 문화적
인 측면에서 일대 진보를 촉구한 불교도, 뿌리부터 고갈되어 고사(枯死)
를 기다릴 뿐, 승려는 드디어 심산유곡(深山幽谷) 변방으로 난을 피하여
23) 과거제도 등 선발을 거쳐 관리로 임명된 자를 의미.
24) 이 번역은 번역자의 역량 부족으로 성철사상연구원 조병활 원장의 도움을 받았다. 이 번
역문에서 [ ]의 표시는 원문에는 없으나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조병활 원장이 직접
넣은 것이다.
25) 관위, 신분이 높은 사람, 지체 높은 관리. 벼슬아치의 총칭.
26) 불교 여승들만 거처하면서 수도하는 절.
27) 공양의 자리, 법회.
28) 죽은 사람이나 또는 죽은 사람과 관련되는 사람을 높이어 그 제삿날을 이르는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