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9 - 고경 - 2015년 1월호 Vol.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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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갔고 나이도 어김없이 더 먹게 되었다. 그다지 잘하지도
                 못하는 밥벌이로 많은 시간을 보냈으나 앞으로도 여전히 밥
                 을 위해 바쁠 예정이고 밥심으로 살 것이다. 누군가 먹지 못

                 하고 간 밥, ‘국밥이나 한 그릇 드시죠.’로 남기고 간 절실한
                 밥을 위해. 그리고 친구들에게도 가끔 이렇게 안부를 물을
                 것이다. “밥은 먹고 다니냐?”



                   해가 바뀌는 길목에서, 없던 신심을 겨우 일으켜 축원문
                 을 읽어 본다.
                   제불보살의 가피력으로 새해에는 모두가 ‘사대강건 육근청
                 정…염불자 삼매현전, 간경자 혜안통투, 참선자 의단독로…’

                   이어서 주위의 각각 등 보체에게 이렇게 축원한다.
                   오랜 병고에 시달리며 몸에 갇혀 계신 엄마, 마음에 기쁨
                 있으시기를. 8개월 째 시급인턴하며 자본에 등 털리는 조카,
                 그딴 회사 그만두기를. 마트에서 일하는 동네 친구, 갑질하

                 는 진상 퇴치법 연구하기를. 물, 공기, 다음으로 담배가 필요
                 한 흡연자, 이제는 쫌 그만하시기를.


                   원고를 쓰고 보니 열두시가 넘었다. 배가 고프다. 야참으

                 로 라면 하나 끓여 먹고 포만감에 개다리소반을 발로 저만
                 치 밀어놓고 누워야겠다.




                 이인혜         불교학을 전공하였고, 봉선사 월운 스님에게 경전을 배웠다. <선림고경총서>
                 편집위원을 역임했고 『승만경』, 『금강경오가해설의』, 『송고백칙』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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