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8 - 고경 - 2015년 1월호 Vol.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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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승당의 만발공양이라고 하리라
                                               (박상준 번역, <법보신문> 연재)



                   친구의 재치 있는 해설도 슬쩍 끼워 원고 매수를 채워 본다.


                   “봉황새는 목숨과도 기꺼이 바꿀 수 있는 치열한 문제의
                   식의 화두이다. 그 치열한 화두도 공양시간을 알리는 목

                   탁소리는 이기지 못하는 모양이다. 목탁이 울리고 종소리
                   가 잦아들 때까지만 해도 입술 가에 남아 있던 봉황새가
                   방선을 알리는 죽비가 쳐지면 그만 은산철벽을 뚫고 날아
                   가 버리는 것이다.”



                   깜깜한 사방 천지에 길이 막혔고 앞에는 오직 은산철벽.
                 뚫기 어려운 그곳을 향해 온몸을 부딪쳐 결전을 치르고 있
                 을 선방 스님들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상상이 잘 안 된다.

                 오히려 밥이 실감나게 다가온다. 밥 따위에 집착할 리 없는
                 선방 스님들도 밥종 소리에 봉황을 날려 보낸다 하니 몸을
                 가진 중생은 예외 없이 밥심으로 산다 하겠다. 잠시 이런 저
                 런 망상에 빠져 있다가도 꼬르륵 종소리가 올라올 때는 어

                 김없이 실존의 주인공을 마주하지 않으실까. 부디 밥 잘 드
                 시고 척추기립근이 무탈하여 희소식 만나시기를….


                   연말결산을 해 보니 염불도 하지 않고 참선도 하지 않고

                 밥만 착실하게 먹었다. 밥을 벌고 밥을 먹다 보니 한 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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