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56 - 고경 - 2015년 1월호 Vol.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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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 돈도 없이, 직장도 없이, 그것도 사대강건 (四大康健)한 채
                 로 살아 있다니. 밥을 굶어 본 적이 없고 입맛을 잃어 본 적
                 도 없으니 그 또한 신통한 일이다. 불보살의 가피와 주위 사

                 람들의 보살핌 덕분일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꼬박꼬박
                 챙겨먹은 밥 덕분이 아닐까 하고 제일의 (第一義) 공덕을 밥에
                 게 돌려 본다.
                   한 달 전에 친구 둘과 여행을 갔다가 어느 스님의 토굴을

                 방문했다. 도착하니 어두워진 뒤라 뱃속에서는 연신 꼬르륵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초면에 제대로 인사를 드릴 틈도 없
                 이 스님이 차려온 밥상부터 받았다. 김치와 된장으로 차려
                 진 소박한 밥상이 수랏상 못지않았다. 그 밥을 먹고 나니 새

                 힘이 돋았는지 어두워진 토굴이 눈에 들어왔다. 숲 속에 방
                 하나, 부엌 하나, 푸세식 뒷간 하나, 끝. 나무를 때서 방을 덥
                 히고 물도 데워 쓰는, TV도 없고 인터넷도 안 되는 그런 곳
                 이었다. 난생 처음 본 토굴 풍경은 인상적이었다. 단순함에

                 서 저런 간지가 나는 것일까.
                   토굴 주인은 20년 넘게 선방과 토굴을 오가며 참선을 하
                 신 분이라고 한다. 며칠 뒤 결제를 앞두고 선방에 갈 차비를
                 하고 계셨다. 얼마 전 평생 참선을 해 오신 큰스님이 조계종

                 에서 탈종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착잡하였는데 우리
                 불교에 아직 결제라는 제도가 있다고 생각하니 위로가 되었
                 다. 부처님 때부터 있어왔던 제도가 지금도 이어진다는 것이
                 기적같이 느껴진다. 불교계에 이순신이 있다면 아마도 “신에

                 게는 아직도 눈 푸른 결제 대중 몇몇이 남았사옵니다.”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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