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1 - 고경 - 2015년 4월호 Vol. 24
P. 21
가 성철이란 인물에 너무 이분법적으로만 접근했다는 생각
이 들더군요.”
김 선생님의 얘기를 들으며 문득 궁금해졌다. 그렇다면
김 선생님은 성철 스님이 현실참여 발언을 안 한 이유나 배
경을 이해하게 됐다는 말인가?
“딱 부러지게 이해했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지금도 살피
는 중입니다. 다만 우리가 그분에게 ‘대답’을 강요한 것이 아
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아보면 성철 큰스님은 종
단 밖이 아닌 내부를 향해 죽비를 들었습니다. 가혹할 정도
로 스님들을 나무라며 맑고 깨끗해지라고 일렀습니다. 저는
이를 흘려듣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달리 말
하면 ‘참으로 부족한 너희들이, 그리고 정화되지 않은 불교
가 과연 이 사회를 꾸짖을 수 있느냐’는 호통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성철 큰스님은 보다 먼 곳을 보고 있음이 분명해
보입니다.
다 아시다시피 불교의 중도(中道)란 가운데를 취함이 아니
라 양 극단에 집착하지 않고, 마침내 그 가운데도 집착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변 (二邊)을 버리고 중도(中道)를 정등각했
다’는 부처님의 중도대선언을 붙들고 있었던 성철 큰스님에
게 우리가 무리한 요구를 했다는 얘깁니다.”
김 선생님은 진지하게 말씀을 이어나갔다.
“가정입니다만 당시 성철 큰스님이 현실발언을 했다고 합
시다. 지금 어떻게 됐겠습니까? 현실발언은 구호처럼 나부
끼고 성철 큰스님의 진정한 가르침은 감춰질 수밖에 없었을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