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29 - 고경 - 2015년 4월호 Vol.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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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월, 수월, 만공 선사와 같은 훌륭한 인재를 키워냈습니다.
                   그러다 1899년에 경허 스님은 해인사 조실로 추대되어 가
                 야산으로 가서 선방(지금의 퇴설당)을 재건하고는 한암, 제산

                 스님 등 선승들과 함께 결사를 해서 선풍 진작을 도모합니
                 다. 『경허집』에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기록해 놓았습니다.


                     “겨울 한철을 나게 되었는데 하루는 화롯가에 둘러앉

                   아 이야기하다가 옛 사람들이 결사하여 수도하던 일이 화
                   제가 되었다. 여러 선덕들은 모두 잊었던 것을 문득 생각
                   해낸 듯 그 원력과 신심이 물이 솟아오르듯 산이 빼어나
                   듯 서로 만남이 늦었음을 한탄하면서 곧 결사의 동맹을

                   의논하여 나를 맹주로 추대하였다.”
                                                             - 『경허집』


                   경허 스님은 스스로 결사를 추진한 배경을 이렇게 말했습

                 니다.


                     “슬프다. 정법 (正法)이 침체되고 미약하여 삿된 도가 치
                   성하니 한 잔의 물로 수레의 불을 끄겠는가 하고 한탄함

                   은 이미 청허 노사의 교화가 융성하던 그때도 있었거늘
                   하물며 오늘날일까 보냐 … 대개 미혹한 자는 이러한 이
                   치를 모르고 조종(祖宗)의 말을 보거나 들으면 그것은 성
                   인들의 높은 경계라고 밀쳐 버리고, 다만 현실적인 것에

                   만 힘을 쓰는데 혹은 손에 염주를 잡으며 입으로 경을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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