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37 - 고경 - 2015년 4월호 Vol.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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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넘어진 자 땅을 짚고 일어나야 하리라.
만일 그 땅이 없다면 마침내 발 디딜 곳도 없으리니.
장남 만한 차남은 없다
문헌의 성립 순서대로 “땅에서 넘어지다. 땅을 짚고 일어
나다.”는 원문을 열거해 보겠다. 통현 장자는 “인지이도(因地
而倒) 인지이기 (因地而起)”라 했다. 혜거 스님은 “약인지도(若
因地倒) 환인지기 (還因地起)”라고 변용했다. 지눌 스님은 “인
지이도자(因地而倒者) 인지이기 (因地而起)”라고 바꾸었다. 가
장 좋은 문장은 가장 간결한 문장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통
현 장자 글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게 된다. 게다가 원조다.
그래서 장남 만한 차남은 없다고 한 모양이다.
어쨌거나 넘어진 것도 내가 넘어진 것이고 일어나는 것도
내가 일어나는 것이다. 땅은 아무 잘못이 없다. 땅은 넘어지
라고 하거나 혹은 일어나라고 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
도 중생은 늘 핑계거리를 찾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해서 괜
히 애꿎은 땅을 원망할 일은 아니다. 무엇이건 원인을 제대
로 찾아내야 문제해결을 위한 실마리를 제대로 잡게 된다.
원철 스님 해인사승가대학장이며, 조계종 불학연구소장을 역임했다. 해인사, 은해
사, 실상사, 법주사, 동국대 등에서 경전과 선어록의 연구・번역・강의로 고전의 현대화에 일
조하면서, 일간지 등 여러 매체에 전문성과 대중성을 갖춘 글로서 주변과 소통하고 있다.『집
으로 가는 길은 어디서라도 멀지않다』외에 몇 권의 산문집과 번역서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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