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1 - 고경 - 2015년 4월호 Vol.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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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만약 육신에 대한 집착을 해소하고, 육신의 욕망으로부
터 벗어날 수만 있다면 삶은 고요해질 것이다. 생각이 여기
에 이른 사람들은 육신의 욕구에서 벗어난 고요한 삶을 추
구하게 된다. 그들은 육신의 간사한 욕구를 거부하며, 거친
음식을 먹거나 단식을 하고, 불편한 자리에서 잠을 자는 등
소욕지족의 삶을 산다.
과연 이렇게만 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일까? 만약 몸
이 나의 주인이고, 나의 주체라면 육신의 욕망을 항복받는
것은 곧 나를 넘어서는 것이다. 그러나 인용한 말씀에서는
몸의 욕구로부터 벗어나려는 사람들을 ‘어리석고 무지한 범
부’라고 칭하고 있다. 물론 이들은 육신을 ‘나’로 알고 집착
하는 사람보다 성숙한 부류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몸의 욕
구를 거부하고 몸으로부터 벗어나려는 것은 몸이 ‘나’라고
보기 때문이다. 육신의 욕구에 집착하는 사람이나, 육신을
벗어나고자 하는 사람이나 방향은 다르지만 몸이 곧 ‘나’라
는 오해는 동일하다.
불교의 세계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윤회전생이다.
아득한 윤회의 관점에서 보면 현생의 삶에서 설사 육신의
욕망을 항복받는다고 할지라도 생사에서 해탈하는 것은 아
니다. 나의 진짜 주인은 죽으면 흩어지고 마는 사대 (四大)로
구성된 육신이 아니다. 아득한 윤회를 관통하는 근원적 ‘나’
를 바로 알고 그것마저 넘어서야 생사로부터 해탈할 수 있
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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