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2 - 고경 - 2015년 4월호 Vol.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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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뢰야, 번뇌의 뿌리
                   표피적으로 보면 육신의 욕구를 쫓아다니느라 바빠서 삶
                 이 고단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더 깊이 들여다보면 심의

                 식 (心意識)의 분별과 집착으로 인해 생사윤회에서 해탈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의식의 뿌리가
                 되고, 번뇌와 무명의 근본이 되어 윤회의 주체가 되는 심의
                 식에 대해서 무지하다는 것이 이 경의 말씀이다.

                   ‘나’의 뿌리가 심의식이라는 것을 모르면 그것으로부터 벗
                 어날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그래서 억겁의 세월 동안 캄캄
                 한 한밤중 같은 유랑을 거듭하는 것이 중생이다. 결국 우리
                 를 진짜 속박하는 것은 인연 따라 흩어지는 육신이 아니라

                 그 이면에 있는 심의식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바른 깨달음을
                 얻고, 생사윤회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면 그와 같은 근본무
                 명을 완전히 끊어야 한다는 것이 성철 스님의 지론이다.
                   그렇다면 심의식이란 무엇인가? 스님은 여기서 말하는 심

                 의식이란 유식에서 말하는 8식 전체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
                 았다. 즉 심은 제8식, 의는 제7식, 식은 제6식이라고 해석했
                 다. 눈·귀·코·혀·몸이 5식 (五識)이고, 사물을 분별하는 의
                 식이 6식이다. 유식학에서는 여기에 심층심리와 무의식에

                 비유되는 제7식과 제8식까지 추가한다.
                   제8아뢰야식은 유식학의 핵심개념이지만 성철 스님은 이
                 말의 연원을 근본불교로까지 추적해 들어간다. 아뢰야식이
                 라는 말과 영겁에 걸쳐 윤회하는 주체가 식 (識)이라는 것은

                 근본경전에 이미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예증으로 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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