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ge 45 - 고경 - 2015년 4월호 Vol.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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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아뢰야가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도록 촉진하는 것
                 은 인간의 애착이다. 씨앗을 파종하고 물을 주면 싹이 트는
                 것처럼 애착으로 오염된 사유와 언어, 행동은 아뢰야에 싹

                 이 돋도록 물을 주고 가꾸는 것과 같다. 애착이 강할수록 오
                 염된 사유와 언어 그리고 행동은 깊어지고, 그렇게 인간의
                 업이 애착으로 젖어들면 그때 아뢰야에 저장된 정보는 싹을
                 틔운다. 따라서 아뢰야를 완전히 끊는 것이 최선이지만 그것

                 이 어렵다면 애착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애착을 줄이면
                 오염된 행위가 줄어들고, 그렇게 하면 아뢰야라는 씨앗이
                 파종될 밭이 사라져 번뇌의 씨앗이 싹트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아뢰야는 생사유전하는 근원적 무명이고 속박이

                 다. 따라서 아뢰야의 근본무명을 끊지 못하면 영원토록 생
                 사고해에서 벗어날 수 없다. 불교에서 해탈이란 육신의 욕구
                 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아니라 생사윤회라는 근본적 고통에
                 서 벗어나는 것이다. 결국 부처님처럼 정각을 이루고 생사윤

                 회로부터 해탈하고자 한다면 몸으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아뢰야의 근본무명을 뿌리 뽑아야 한다. 돈오돈수를 통해
                 완전한 깨달음을 성취해야 한다는 성철 스님의 구경각론은
                 이와 같은 인식에서 나온 수행론이다.






                 서재영          동국대 선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선의 생태철학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동국대 연구교수, 조계종 불학연구소 선임연구원, 불교신문 논설위원 등을 거쳐 현재
                 불광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있다. 저서로 『선의 생태철학』 등이 있으며 포교 사이트 www.
                 buruna.org를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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